상황은 사람의 행동과 성격도 바꿀 수 있다. 상황은 사람들의 뿌리 깊은 편견과 태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아래 글에서는 낮은 자존감과 박탈감으로 인종차별적 백인 극우단체인 KKK에 입단한 클레이본 P. 엘리스(C. P.)가 학교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아 상호신뢰와 협업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KKK를 탈퇴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저소득 지역에서 자란 한 친구는 자신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많은 아이들이 시끄럽고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교사는 다른 수업에서 소란을 피우는 학생들까지 모두 앉아서 경청하고 배우게 만드는 능력으로 유명했다. 내 친구는 그 교사의 성공 비결이 부분적으로는 모든 학생과 함께 하는 의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교사는 항상 학생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미스터 가르시아나 미즈 카스트로와 같이 존칭으로 불렀다. 내 친구는 이것이 존경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믿었다.
그 교사의 의식은 소속감을 조성하기 위해 사소해 보이는 방식으로라도 상황을 형성하는 상황 만들기의 한 예다. 작은 제스처나 사려 깊은 말 한마디만으로도 긴장을 완화하고 감사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상황이나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20세기 중반,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상황이 바뀌면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 생각이 얼마나 많이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놀라운 발견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발견은 당시까지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방대한 연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당시 심리학계에서는 성격이 선천적, 양육적 또는 이 두 가지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일단 형성되면 대체로 평생 고정된다는 개념이 압도적으로 강조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개인의 행동은 내적인 동학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들이 상황이 행동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발견하면서 이 분야는 변했다: 예를 들어 같은 사람이 교실에서는 수줍어하지만, 스포츠 행사에서는 외향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렇다, 성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심리학 분야의 발전에 따르면,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행동을 개인과 그 성향(선하거나 악하거나, 똑똑하거나 멍청한)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상황이 선하거나 악하거나 똑똑하거나 멍청한 행동을 끌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상황의 힘에 관한 연구가 꽃을 피우면서 사회심리학자들은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은 편견과 태도조차도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겪은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평생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모든 초과 노동을 하지 않고는, 경제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뼈 빠지게 일해도 수지를 맞추지 못했어요.
저는 이 위대한 나라에 대해 정말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웃음) 사람들은 법을 지키고, 교회에 가고, 옳은 일을 하고, 주님을 위해 살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 말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죠.
저는 정말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몰랐어요. 누군가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흑인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해야 했어요.
제 아버지가 클랜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제가 자연히 미워할 사람은 흑인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아버지가 보기에 클랜은 백인들의 구세주였죠. 세상에서 백인들을 돌봐줄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었어요.
이 사람은 실직에 불만을 품은 석탄 노동자일까? 미국이 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불법 이민자들에 포위당하고 있다고 믿는 불만을 품은 트럼프 지지자? 아니다. 구술 역사가 스터드 테르켈의 저서 『아메리칸 드림: 분실물』에 기록된, C. P.로 불리는 클레이본 P. 엘리스가 테르켈과 나눈 대화에서 한 말이다. 많은 미국인이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이 뒤처지고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껴왔다. 하지만 C. P. 엘리스에 대해 흥미로운 점은 그가 그토록 오래전에 그런 말을 했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건 그가 1971년에 그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상황으로 인해 놀라운 전환을 겪었다는 점이다.
그 일이 있기 전에 C. P.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쿠 클럭스 클랜(KKK)에 가입하였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서 KKK의 고위급 사이클롭스(Exalted Cyclops), 즉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테르켈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입 동기에 대해 감정적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에 8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으며, 자신의 박탈감이 자신을 클랜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왜 사람들이 극우 또는 좌파 단체에 가입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하였다. “그들도 저와 같은 처지니까요. 배제당하잖아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 위대한 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합니다.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단체들에 가입합니다.”
그 후 그는 주요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밤마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코카콜라를 사러 와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 그들은 그를 클랜 모임에 초대했다. “정말 고대하던 기대였어요! 무언가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였죠.”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는 입회했다.
클랜 입단식에서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모인 수백 명의 클랜원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그는 자신이 “큰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다. 그는 테르켈에게 “이 작은 노인 한 명에게는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클랜은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소속감은 우리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더 큰 집단의 일원이라는 느낌이며, 우리가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소속’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함께 하다’라는 뜻으로, 우리 종은 서로 함께 삶을 살아가도록 진화해왔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집단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에서 연결감을 상실하면, C. P.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견해와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소속감을 제공하는 집단의 호소에 취약해질 수 있다. 실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배제된 후 새로운 소속감을 제공하는 동료의 판단에 더 순응하며, 심지어 그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배제된 사람들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비밀리에 활동하는 악의적인 행위자 탓으로 돌리는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더 높다. 다행히도 C. P.와 그의 커뮤니티는 처음에는 클랜이 그에게 지위와 친목을 가져다준다고 느꼈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클랜을 탈퇴하고 인종 차별주의를 거부하였다. 그건 일련의 단계를 거쳐 일어난 일이었다.
먼저 그는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소속감이 진정한 기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더럼 시의회 의원들이 자신과 동료 클랜맨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예를 들어, 그가 전화를 받으면 “흑인들이 오늘 밤에 와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음성이 들려오곤 했다. 그는 몇몇 회원들을 회의에 데려와 소란을 피우고 토론의 방향을 돌리라는 요청을 받곤 하였다. 정치인들과 주민들은 통합을 원하지 않았지만 시의회는 공개적으로 통합에 반대할 수 없었다. 대신 클랜 회원들을 비밀 요원으로 활용해 더러운 일을 처리하였다.
어느 날 C. P.는 마을의 한 거리를 걷다가 한 시의원을 보았는데, 그 시의원은 자신을 알아채자마자 길 건너편을 뛰어가 버렸다. 그 행동은 불신의 씨앗을 심었고, C. P.는 시의회가 자신의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역 사회의 인종 차별을 이용하고 있다는 다른 신호를 보기 시작하였다. C. P.는 테르켈에게 “저소득 백인과 저소득 흑인을 계속 싸우게 하는 한, 그들은 계속 통제권을 유지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이 통찰을 동료 클랜원들과 공유했을 때, 그들은 그의 우려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였다. C. P.는 클랜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C. P.는 전혀 다른 유형의 단체에 가입하여 자신이 원하던 소속감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는 사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각계각층의 흑인과 백인 시민들로 구성된 더럼 인간관계 협의회에 초대받았다. 이 협의회는 지역 사회 치안 개혁과 같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이해관계자의 대표를 한자리에 모아 해결책을 찾는 그룹에 사용되는 용어인 ‘샤레트(charette)’로 만들어졌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그룹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단어는 프랑스에서 제시간에 완성하기 위해 집에서 치열하게 작업하던 미술학도들의 최종 프로젝트를 싣기 위해 수레(샤레트)를 마을로 보내던 역사적 관행에서 유래하였다. 오늘날의 샤레트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더럼에서는 흑인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가 화재가 발생하여 허물어져 지역 학교를 통합할지 여부가 문제였다.
KKK단의 최고 책임자를 그런 단체에 초대하는 것은 천재적인 상황 연출이자 큰 도박이었다. C. P.는 학교 통합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인물로 알려졌고, 지역 사회에서 그의 목소리가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샤레트 조직가인 빌 리딕의 표적이 되었다. 이 장의 뒷부분에서 다시 보게 될 사회 심리학자 커트 르윈이 ‘게이트키퍼’라고 불렀던 그는 집단 내 정보 흐름과 영향력을 통제하는 사람이었다. C. P.는 왜 초대를 수락했을까? 그는 통합을 막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초대를 영광으로 여겼을 수도 있다. 아니면 클랜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관찰한 바에 따라 소속감을 새롭게 찾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왜 안 돼?”라고 생각하다가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문을 열었을 수도 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첫 회의에서 C. P.는 흑인들이 학교와 직장에서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들으며 분노에 찬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발언대에 올라 매우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 “아니요, 선생님, 문제는 흑인 인종 차별입니다. 학교에 흑인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C. P.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체 회원의 한 사람인 흑인 하워드 클레멘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나는 C. P. 엘리스가 와서 정말 기쁘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 밤 여기서 가장 정직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C. P.는 무장 해제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들린다고 느꼈다. 그는 테르켈에게 “가슴에 묻어두었던 것들을 털어놓았기 때문에,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다음 회의에서 클레멘츠는 C.P.를 학교위원회 위원장 두 명 중 한 명으로 지명했는데, 이는 또 다른 영광이었다. 그는 선출되었다. 이제 C.P.에게는 혼자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탐험과 발견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의 공동 의장은 저명한 흑인 운동가인 앤 앳워터였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줏빛 열정으로 미워했던” 인물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 일할 수 있을지 몰랐다. “클랜맨과 전투적인 흑인 여성이 학교 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는다니, 불가능했어요. 제가 어떻게 그녀와 함게 일할 수 있을까요?”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는 클랜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직 흑인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테르켈에게 “여전히 흑인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원했던 것은 새로운 그룹에서 존중받는 것이었고, 그것은 그에게 “또 다른 소속감과 자부심”을 주었고 그를 괴롭혔던 “열등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샤레트에서 느낀 소속감은 클랜에서 받았던 것보다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고, 특정 신념에 가입하는 것에 대한 조건이 덜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는 샤레트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더 받아들여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C.P.는 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었다.
샤레트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목표와 임무를 제시하는 강력한 상황 설정 도구를 활용하고 있었다. C.P.는 앤 앳워터에게 “당신과 나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고, 지금도 우리는 그것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무언가가 있고, 그게 성공하려면 당신과 내가 그걸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엘리스와 앳워터는 열흘 동안 학교의 문제에 대해 일련의 공개 토론을 주재했다. 두 사람의 존중하는 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어느 날 앤은 “제 딸이 매일 울면서 집에 왔어요.” 선생님에 교실 학생들 앞에서 딸을 놀린다는 이유였다. C.P.가 말했다. “제 아이에게도 똑 같은 일이 있었어요.” 그의 아들은 “백인 진보주의자 선생님”으로부터 클랜에 속한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 순간 C.P.는 “울타리 끝에서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 모두 수치심과 배척의 아픔을 느꼈다. 그 상황은 고통스럽더라도 정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는데, 연구에 따르면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은 분열을 해소하는 또 다른 강력한 방법이라고 한다.
놀라운 반전으로 C.P.는 통합에 찬성표를 던졌고, 지역 사회 청중 앞에서 KKK 단원증을 찢어버렸다. 이후 그는 인종 분리 철폐를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고, 나중에 노조 지도자가 되었을 때 흑인 노조원으로부터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었다. 그와 앤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2005년에 C.P.가 사망했을 때 앤은 추도사를 전했다.
C.P. 엘리스가 마음을 바꾼 것은 물론 샤레트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이미 클랜에 가입한 것에 대해 양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많은 전환점이 그러하듯, 이번 사건도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C.P.는 동맹 그룹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드문 극단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클랜에 대한 C.P.의 불만은 혐오 단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안타깝게도 C.P.의 경우처럼 혐오 단체를 거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 단체에서 벗어날 기회가 없거나 기회를 찾지 못한다. 변화를 촉진하는 것은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적절한 상황이 적절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출처]
Geoffrey L. Cohen <Belonging: The Science of Connection and Bridging Div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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