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촐(Rainer Zoll)은 책의 서론을 대신하여 연대의 현 상황에 대하여 일곱 가지 테제를 제시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연대는 집단이나 공동체 내의 연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필요한 연대는 동일한 집단이나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과의 연대, 즉 타자와의 연대이다. 저자는 이를 '오래된' 연대와 '새로운' 연대로 구분한다. 과연 공동체의 연대와 타자와의 연대를 동시에 이루는 길은 어떻게 가능한가?
① 연대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라는 개념은 종종 몰락이나 종말과 연결된다. 그러나 위기 현상은 하나의 변화 과정일 수도 있고, 연대의 변화를 표현할 수도 있다. ‘오래된’ 연대 형식은 ‘새로운’ 연대 형식에 의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② ‘오래된’ 연대란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이며, 어떤 공동체에서의 ‘사회적 결합’이다.
③ 많은 사람들에게 연대라는 단어는 넓게 확산된 연대의 형식인 ‘노동자 연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노동자 연대는 동등한 사람들 사이에서의 연대, 즉 공동체에서의 연대에 대한 가장 좋은 본보기이다.
④ 간단한 것이 어렵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노동자 연대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문제였고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동등하거나 적어도 유사한 사람들이며, 동일한 집단이나 공동체에 속한 누군가와 연대한다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⑤ 그에 반해 동일한 집단이나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다른 사람, 즉 타자와의 연대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⑥ 노동자 연대는 위기에 처해 있다. 많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서로 매우 다르며 관심사도 다양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이 남자든 여자든, 젊은이든 늙은이든, 노동자든 사무직 직원이든, 토박이든 이방인이든, 이주 노동자든 망명 신청자든 말이다. 그러나 아직 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⑦ 오늘날 필요한 것은 타자와의 연대이다. 즉, 공동체와 집단의 한계를 넘어선 연대가 그것이다. 그러한 연대를 위한 출발점은 존재하지만 그건 다른 출발점일 뿐이다. 유의할 것은 새로운 연대가 오래된 연대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출처]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 라이너 촐, 최성환 번역, 한울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