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형 생협의 특성과 유형
1. 일본형 생협의 특성
일본형 생협은 전후 고도 경제성장기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 하에서 형성되었는데, 서구 생협에 비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1) 주부가 주체
일본형 생협의 제1 특성은 주부가 주체인 조직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여성도 가정 내 노동을 담당하면서 농업, 가업, 소매업 등에 종사하며 가계를 지탱해 왔지만,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량의 전업 주부층이 생겨나 주부의 비율은 1970년대 중반에 정점에 달했다. 이후 파트타임 노동을 중심으로 여성 고용률은 상승했다. 동시에 여학생 진학률도 60년대부터 급속히 신장해 고등교육 진출도 진행되었다. 1960년대까지 많은 생협에서는 가정회와 부인부가 조직되어 「세대주가 조합원, 운영은 남성, 이용은 여성」이라는 조직구조 하에서 이용자인 여성이 생협 운영에 참여하는 장으로서 기능하였으나 그 역할은 보조적이었다. 그러나 60년대 후반부터 단카이 세대를 중심으로 한 주부층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식품을 구하기 위해 공동구매에 착수했고, 그 속에서 많은 시민생협이 생겨났다. 당초 조합원 자격을 갖춘 사람은 남편인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본인 이름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주부조합원은 출자, 이용, 운영 참여로 생협 조직과 사업의 주체가 되어 조합원의 대부분과 이사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생협은 주부를 주체로 하는 여성 조합원, 소비자에 힘입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유럽 생협에서 전통적으로 노동운동과의 연결이 강하고 노동자 비중이 높았던 것과 대비되는 특성이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 증가와 함께 조합원에서 주부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1980년 당시 주부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의 80%를 차지하였으나 2003년에는 48%로 감소하였다. 전업주부를 전제로 조립되어 온 운영 참여 시스템이나 사업 시스템은 재검토를 강요받게 되었다. 또 생협에도 과소한 여성 경영 간부와 과소한 남성 조합원이라는 젠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어 남녀 공동 참여의 노력이 요청되게 되었다.
(2) 반과 공동구매
생협의 반조직은 전쟁 전의 관동 소비조합연맹에서의 시도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생협의 기초조직으로 자리매김하여 실천한 것은 쓰루오카생협이었다. 1956년 생협이 조합원에게 셀프서비스 도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지역이나 직장에서 소모임을 개최한 것이 시작으로, 지금까지는 공동구매와 연계되어 생각되어 온 반조직이 점포사업 추진을 위해 시작된 것은 흥미롭다.
당시 많은 생협에서는 영국의 협동조합 부인 길드를 본떠 생협의 외곽 조직으로 가정회나 부인부가 활동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민생협으로 반 조직이 확대되면서 조합원의 운영 참여가 강화되고 반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반을 조합원 활동의 기본 조직으로 하는 정책 정리가 이루어졌다. 반 조직은 조합원과 경영집행부를 연결하는 채널로 생협의 방침을 조합원에게 전달하고 조합원의 애로사항이나 제안을 피드백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또 상당수 생협에서 반은 지구(점포·지부) 운영위원회, 행정구(블록·구역)위원회, 총대회라는 피라미드형 조합원 조직의 저변을 이루어 조합원 민주주의의 기본 단위가 되었다.
한편 공동구매는 반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의 배달 구조로 조합원 담당이 주문서와 현금을 집계해 생협 배달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생협은 1주일 후 주문한 상품을 반(조합원 집)에 전달하고 조합원은 상품을 반에서 나눠 갖는 구조로 조합원은 많은 비대면 작업을 하는 대신 안심안전 상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80년대 들어 공동구매는 정보통신기술의 채택에 의해 진화해 OCR(광학식 문자정보 판독장치)에 의한 주문서 자동 집계, 조합원 예금계좌를 통한 구입대금 자동이체, 배송센터에서의 자동 분류·선발 시스템 채용 등 조합원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이노베이션 도입으로 비약적으로 신장하였다. 공동구매는 생협에서의 조직과 사업의 일체화, 민주성과 효율성을 양립시킨 비즈니스 모델로서 성공해 70년대 이후의 일본 생협 발전을 견인해 왔다. 다이에(고베에 본사를 둔 일본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역자) 등이 공동구매를 모방하려 했지만 반 조직이라는 코어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그러나 생협의 조직사업구조는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조합원, 특히 젊은 층의 개인주의가 높아짐에 따라 지역연고형 반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또 조합원 고용률 상승에 따라 재택률은 낮아져 반장 및 수령 담당자의 부담이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의 트렌드 속에서 개인 대응 조직과 사업 방식이 모색되어 90년대 중반부터는 개배(個配, 개별 배차)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여 공동구매를 보완(공동구매에 참여하지 못한 고령 세대, 아기가 있는 세대의 가입) 혹은 대체(공동구매에서 개배로의 전환)하고 있다.
(3) 사회운동적 측면
일본형 생협은 소비자운동 속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소비자단체로서의 성격이 강해 1950년대부터 신문, 컬러TV 등의 관리가격 반대운동, 석유업계 카르텔을 고발한 등유 재판, 유해한 식품첨가물과 화학물질, 부당표시를 배제하는 운동에 앞장서 왔다. 또 소비자운동과 제휴한 대체상품 개발이나 생산자와 제휴한 신선식품 산직(産直) 활동에 임해 종종 제조사나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
또 70년대 이후에는 반핵평화운동, 유니세프 모금과 국제협력활동, 환경보호와 복지, 서로 돕기, 마을만들기 등의 운동을 해왔다. 이처럼 일본형 생협은 강한 사회운동적 측면을 갖고 있으며 특히 전국소비자대회 등 소비자단체의 공동행동을 조직재정 측면에서 뒷받침해 왔다. 이는 미국 생협이 다양한 소비자운동을 전개하고 랠프 네이더의 운동과 연계하는 등 소비자 조직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것과 비슷하지만, 유럽 생협의 대부분이 사업자 단체로 간주되어 소비자운동 등과의 연계를 갖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회운동으로서의 측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생협은 조직적으로 식품위생법 개정운동이나 소비자보호기본법의 근본적 개정을 위한 노력을 벌여 식품안전기본법이나 소비자기본법의 성립을 뒷받침하는 등 「제언형」 운동에 의해 사회경제시스템의 전환을 위해 역할을 발휘해 왔다. 또한 에콜로지나 페미니즘 등 새로운 사회운동이 대두되면서 NPO나 NGO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90년대 이후 생협 활동가에 의해 워커즈 코프(콜렉티브), NPO 지원센터가 설립되었는데, 이들 조직은 기존과 달리 생협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생협과 제휴하고 있다.
2. 일본형 생협의 세 가지 유형
일본형 생협은 성장 사정, 사회경제의 여러 문제에 대한 대응 차이에 따라 「메인스트림형」, 「사회운동형」, 「21세기형」이라는 유형을 발전시켜 왔다. 「메인스트림형」에 속하는 지역 생협은 각 도도부현 내 생협의 합병에 의해 설립된 거점 생협을 중심으로 하여 동북, 관동, 동해, 호쿠리쿠, 킨키, 쥬코쿠·시코쿠, 큐슈라고 하는 리전(지방)의 생협에 의해서 설립된 사업연합에 가맹한 생협과 코프 삿포로 및 코프 고베이다. 홋카이도에서 모든 시민생협은 코프 삿포로에 통합되었다. 코프 고베는 오사카 북생협이라는 자매생협과 그룹을 형성해왔으나 2010년 개정 생협법에 근거해 합병했다.
「사회운동형」은 동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활클럽 사업연합과 규슈지방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그린코프연합에 가입하는 생협으로 이루어진다. 「21세기형」은 관동과 인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협에 의해 설립된 팔시스템 생협연합회에 가입하는 생협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유형의 2014년도 지역생협 총 사업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4.4%, 5.2%, 7.4%이다.
각 유형의 전략적 방향성과 조직구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메인스트림형」은 각 도도부현에서 단일 생협으로의 합병과 리전의 사업 기능의 통합을 통해서 소비자의 대부분을 조직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다수파로서 사회·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운동형」은 소수파인 소비자에 의한 보다 래디컬한 정책을 추구해, 대안 개발 모델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업 기능은 사업연합에 집중하는 한편, 도쿄나 가나가와에서는 소규모의 생협으로의 분할을 실시하고 있다. 21세기형은 양자의 중간에 위치하며 사업 기능의 대부분을 연합회에 집중하는 한편, 에콜로지 및 사회적 포섭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적인 생협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차이는 구성원들의 프로필, 사업정책과 사회운동에 반영되고 있다. 「메인스트림형」은 각 지역 인구의 대다수가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운동형은 높은 의식을 가진 소수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유형은 강력한 충성심을 보였던 멤버십 고령화에 직면한 반면, 「21세기형」은 비교적 젊은 조합원을 결집하는 데 성공하였다.
사업 정책에 관해서는, 「메인스트림형」은 점포사업과 택배 사업을 두 바퀴로 하고 있으며, 특히 점포사업에 대해서는 식품 소매업에서 경쟁 타사와의 어려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상품정책으로는 일본생협련이나 사업연합, 단위 생협의 프라이빗 브랜드인 「코프상품」, 산직 농산물과 함께 내셔널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으며 단위 생협에서 사업연합, 일본생협련으로의 상품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운동형」은 1970년대 공동구매 모델 중 하나를 확립하고, 워커즈 콜렉티브가 운영하는 작은 창고형 점포를 제외하고 오로지 비점포 사업을 하고 있다.
「21세기형」은 1990년대 반 조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조합원에게 개별적으로 배달하는 택배 시스템(개배)을 시작해 주로 비점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2가지 유형은 상품정책으로서는 각각의 독자적인 프라이빗 브랜드와 산직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공정무역이나 포장 용기의 재사용 등의 노력으로 차이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메인스트림형」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소비자의 권리, 환경, 평화와 관련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운동형」은 국내외에서 GMO(유전자변형작물)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에콜로지나 페미니스트적 가치를 표방하는 로컬 정당 「대리인 운동」을 만들었다.
이처럼 3가지 유형은 독자적인 전략이나 정책으로 각지에서 생협 간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형 생협의 특징을 갖추고 있어 다른 유형의 대응으로부터 배우고 있는 (모방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또 모두 일본 생협련에 가맹하고 있어 정부와의 관계, 국제 관계, 조사 연구 분야에서는 일정한 제휴가 행해지고 있다.
[출처] <공조와 연대>